남들이 시인, 시인 하는 말이 너는 못난이, 못난이 하는 소리 같아 좋지 않았다. 나도 산문을 쓰면 쓴다, 태준만치 쓰면 쓴다는 변명으로 산문 쓰기 연습으로 시험한 것이 책으로 한 권은 된다. 대개 <수수어(愁誰語)>라는 이름 아래 신문, 잡지에 발표되었던 것들이다. (5쪽)


위로가 반드시 위로의 말이어야만 할 것이 아니라 달리라도 효과를 낼 수 있을 양이면 할 만한 것이니 허우룩이 솟아오른 수염터전이 하여간 삼각수(三角鬚)인 것에 틀림없으므로 무장 관우의 풍모와 방불하다는 양으로 기식(氣息)이 가쁜 사람을 도리어 가벼이 희롱하기도 한다. 아니들 웃을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39쪽)


우리는 그 중에 한 소녀를 보고 그것(잠수경)을 무엇이라고 하느냐고 물으니깐 “거 눈이우다.” 안경을 ‘눈’이라고 하니 해녀는 눈을 넷을 갖고 소라와 전북과 조개가 기어다니며 미역과 청각이 푸르고 산호가 붉은 이상스런 삼림 속으로 하로도 몇 차례식 나려가는 것입니다. 하도 귀엽기에 소녀의 육안을 손고락으로 가르치며 저 눈은 무슨 눈이라고 하노 하니깐, “그 눈이 그 눈이고 그 눈이 그 눈입주기 무시거우깡?” 소녀는 혹시 성낸 것이나 아니었을까? 그러나 내가 웃어버리니깐 소녀도 바루 웃었습니다. (137쪽)


신사 하나를 만나서 나는 우덩 “털도호텔을 어드메루 해 갑네까?” 묻는다는 거디 호텔의 호가 왜 그른디 회루 발음되는 걸 어드칼 수 없는 것을 스스루 발견했다. 한번 “털도회텔이요 털도회텔 말슴이야요” 거듭하누래니 그 이는 침착한 표준발음으루 철도호텔의 방향을 대주었다. 아무래두 내가 페양말루, 그가 경언(京言)으루, 우리가 노상에서 잠시 타협하였던 거디라구 해석된다. (175쪽)


문자와 언어에 혈육적 애(愛)를 느끼지 않고서 시를 사랑할 수 없다. 사랑은 커니와 시를 읽어서 문맥에도 통하지 못하나니 시의 문맥은 그들의 너무도 기사적인(記事的)인 보통상식에 연결되기는 부적(不適)한 까닭이다. 상식에서 정연한 설화(說話), 그것은 산문에서 찾으라. 예지에서 참신한 영해(孩)의 눌어(訥語), 그것이 차라리 시에 가깝다. 어린아이는 새말밖에 배우지 않는다. 어린아이의 말은 즐겁고 참신하다. 으레 쓰는 말일지라도 그것이 시에 오르면 번번히 새로 탄생한 혈색에 붉고 따뜻한 체중을 얻는다. (21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