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시성 두보(杜甫)가 남긴 시구 ‘장부개관사시정(丈夫蓋棺事始定)’은 원래 실의에 빠져 있는 친구를 좌절하지 말고 분발하라고 격려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 시구는 ‘개관사정(蓋棺事定)’으로 줄여 인용되기도 하는데 ‘장부는 관 뚜껑이 닫힌 뒤에야 그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된다는 의미다. 하지만 후세 사람들은 이 세상을 먼저 떠난 친구나 선후배의 삶을 돌아보다가 새삼스럽게 고인의 능력이나 인품이 훌륭했음을 깨닫고 뒤늦게 탄식하며 이 시구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2017년 2월 몹쓸 병으로 타계한 김익주 전 국제금융센터 원장의 지인들이 바로 그런 심정에 휩싸였다. 서로 ‘인마’, ‘이 녀석아’ 하며 격의 없이 지내던 친구들이 누구보다 먼저 고인의 넉넉하던 인품과 죽기 직전까지 성실하고 당당하던 삶의 자세를 회상하며 상실감에 시달렸다. 그러다가 이내 그들은 고인을 추모하는 책을 내기로 의견을 모으고, 고인을 알고 지내던 사람들에게 연락해 추모의 글을 써달라고 부탁했다.

친지와 친구, 직장 동료와 선후배, 언론계 기자 등 모두 40여 명이 고인을 추모하는 글을 보내왔다. 여기에 고인이 생전에 쓴 칼럼과 고인과의 언론 인터뷰 기사, 그리고 고인이 이 세상을 뜨기 직전에 완성한 박사학위 논문을 더한 것이 이 책이다. 이 논문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 직후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으로 재임하면서 고인 자신이 주도하여 도입한 ‘거시건전성 3종세트’(선물환 포지션 한도, 외환건전성 부담금,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의 정책효과를 계량경제학적으로 검증해본 것이다.

이 책에 실린 추모의 글에서 지인들은 고인을 축구도 잘하고 공부도 잘했던 친구, 자기 힘든 내색은 하지 않고 주위 사람들을 다정하게 챙겨주던 인격자, 닮고 싶었던 선배, 금융위기 대응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으면서도 자신의 공을 내세우지 않았던 겸손한 공직자 등으로 기억한다. 고인은 ‘참 괜찮은 공무원’이었고 이 나라에 더 많이 기여할 수 있는 능력과 인품의 소유자였는데 너무 일찍 타계한 데 대한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이 책에 가득 담겨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