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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운의 채근담 강의
지은이 : 한용운 엮은이 : 이성원, 이민섭
정가 : 16000원
페이지수 : 592쪽
ISBN 89-91071-16-3
출판일 : 2005-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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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명 나라 홍응명의 《채근담》을 한용운이 해설을 덧붙여 번역하고 1917년에 출간한 《정선강의 채근담(精選講義 菜根譚)》을 다시 현대어로 번역한 책이다. 《채근담》은 양명학 계열의 수양서로 분류되지만 유교 철학 외에 불교와 도교의 철학까지도 깊이 있게 담아내고 있으며, 이 세 가지 동양철학이 조금도 충돌 없이 자연스럽게 융화되어 있다. 이 책에는 각종 관계로 얽혀 살아가는 이 세상에 대한 냉철한 통찰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또한 역경에 올바르게 대처하는 지혜, 인간관계에 대한 현명한 판단, 세간과 출세간을 넘나드는 자유로운 정신 등에 관한 경구들이 함축적인 언어로 표현되어 있다. 일생을 불꽃같은 열정으로 살다 간 독립지사 한용운의 해설이 이 책을 더욱 돋보이게 해준다.

 

 

 소개글 

 

얼마 전 교육부총리가 임명된 지 사흘 만에 불명예 퇴진하고, 경제부총리, 국가인권위원장, 건교부장관 등 고위 공직자들의 잇따른 투기 의혹으로 정치인들에 대한 실망감과 분노가 사회에 팽배하다. 차라리 공직에 나서지 않으면 무사할 텐데 권력과 지위를 탐내다가 자신의 치부가 드러나면서 만천하의 공론거리가 되고 그나마 유지하던 체면까지 구기는 사람들이 안쓰럽기까지 하다. 이런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채근담의 한 구절이 있다.

관직에 있을 때 마음에 새겨 두어야 할 말 두 가지가 있다.
“공정하면 판단이 현명해진다.”
“청렴하면 위엄이 생긴다.” <396쪽>

공통의 도덕률 없이 때와 장소에 따라 도덕적 가치판단이 흔들리는 현대사회에서 인생의 참뜻을 되새기게 해주고 가치관을 연마해주는 수양서 한 권쯤은 옆에 끼고 살아갈 필요가 있다. 삶의 지혜가 담긴 좋은 수양서를 읽는 것은 인생의 경험이 많은 사람에겐 이제까지의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이고, 싱싱하게 자라나는 청소년에게는 앞으로 겪을 삶의 고비에서 힘이 돼 줄 것이다.

왜 채근담인가?
현재 시중에는 격언집, 금언집, 인생의 지혜에 관한 책, 처세서, 자기계발서가 많이 나와 있지만, 도덕 교과서처럼 따분하지 않고 문학작품을 감상하듯 마음에 온기를 느끼며 읽을 수 있으면서도 깊이 있는 책을 찾기란 쉽지 않다. 삶의 일면만을 부각시키는 처세서를 몇 권 읽다보면 인생에 대한 기본적인 태도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계기를 가져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함축적인 글을 통해 인생의 가치관과 삶의 지혜를 깊이 숙고하며 읽기에 좋은 책이다.

왜 한용운의 강의인가?
시련의 시기에 굽힘없이 당당하게 한 세상을 살아간 독립지사 한용운의 강의는 거침이 없다. 일제시대 수많은 지식인들이 변절을 하는 상황에서도 지조를 지켰던 한용운의 해설이라 더욱더 믿음이 간다. 더구나 한용운은 어려서부터 신동이라고 불렸고, 《불교대전》을 집필할 때는 엄청난 양의 대장경을 소화해냈고, 뛰어난 한시도 다수 남겼을 만큼 학문적 소양이 남다른 인물이다. 그래서 그런지 한용운은 자신이 선정한 《채근담》의 본문 문장뿐만 아니라 강의 부분에서도 깊이 숙고할 만한 소재를 제공한다.

채근담의 뜻은?
《채근담(菜根譚)》의 채근(菜根)은 ‘나물뿌리’라는 뜻이며 담(譚)은 ‘이야기’를 뜻한다. 책의 제목을 채근이라고 지은 이유는 《소학(小學)》에 나오는 왕혁(王革)의 말에서 추측할 수 있다. 왕혁은 “사람이 나물뿌리를 늘 씹어 먹을 수 있다면 세상의 어떠한 일이라도 못할 게 없다”고 했다. 나물뿌리와 같은 험한 음식을 먹고 지내는 일에 익숙해질 수 있으면 세상에 겁날 게 없다는 뜻이다.

채근담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는 어떤 것들인가?
역경에 올바로 대처하는 지혜, 벗을 사귈 때 유의해야 할 점, 세상사에 대처하는 법과 세상사를 초월하는 법, 현상세계에 대한 통찰 등이 다루어져 있다. 저자는 사람들에게 세상사에 적극적으로 맞부딪치되 항상 세상사에서 벗어난 담담하고 고적한 삶을 염두에 두어야 함을 강조한다. 또 예측불허의 현실세계에서 마음의 중심을 굳게 세우지 않으면 외부환경에 좌지우지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용기와 지조를 지니고 세상일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도록 권하면서도 최고, 최상의 여건에 숨어있는 함정을 잊지 말라고 충고한다. 충만함을 경계하고 비우고 떠남을 강조하는 도가식, 불가식 철학이 바탕에 깔려있다.

 

 

 

지은이

 

한용운: 암울했던 일제시대를 지조 있게 살았던 독립지사. 수많은 지식인들이 일제의 회유와 강압에 못 이겨 변절하고 친일행각을 벌일 때에도 한용운만은 끝까지 민족적 자존심을 잃지 않았다. 불교 사상가로서 조선 불교의 개혁을 위한 일에서 항상 최전선을 지켰고, 《조선불교유신론(朝鮮佛敎維新論)》으로 불교개혁의 방향을 제시했다. 시인으로서는 모더니즘 일색이던 당대의 문단 경향에 영향을 받지 않고 독자적인 문학 활동을 했다. 독립지사, 불교사상가, 시인으로서의 그의 모든 활동은 오직 조선 독립을 향한 일념으로 응축되었다.
한용운은 1879년 8월 29일 충청남도 홍성에서 태어나 서당과 향교에서 한학을 배웠다. 19세에 출가했고, 《정선강의 채근담》이 발간된 해인 1917년에 오세암에서 깨달음을 얻었다. 1919년 3.1 운동 때 민족대표 33인의 독립선언을 주도하고 체포되어 감옥생활을 했다. 옥중에서 쓴 《조선 독립의 서》는 독립선언의 이유를 밝힌 명문이다. 1926년 시집 《님의 침묵》을 발표했다. 1935년 장편소설 《흑풍(黑風)》을 《조선일보》에 연재했고, 1937년 청년 불자들의 항일 비밀결사로 조직된 만당(卍黨)이 검거되면서 배후인물로 지목돼 일제의 감시를 받았다. 그 뒤에도 불교의 혁신 운동과 작품활동을 계속하다가 민족의 해방을 한 해 앞둔 1944년 입적했다. 주요 저서로는 위에 밝힌 것들 외에 《불교대전》, 《십현담주해(十玄談註解)》, 소설《박명(薄命)》 등이 있고 뛰어난 한시도 다수 남겼다.

홍응명: 명(明) 나라 신종(神宗) 때인 만력(萬曆) 시기(1573-1619)의 학자. 자(字)는 자성(自誠)이며 호는 환초(還初). 저서로 《채근담》과 《선불기종(仙佛奇)》이 전해진다.

엮은이

 

이성원: 서강대학교 사학과 대학원에서 동양사를 전공하고 한국브리태니커에서 편집자로 일했다. 현재 필맥의 편집자.  

이민섭: 번역가. 서울대 서어서문학과를 졸업하고 중남미에서 약 4년간 지내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현재 전문 번역인으로 활동 중.

 

차례

머리말
추천사


1. 수양과 성찰
2. 마음의 중심잡기
3. 상상 속 토론회
4. 여유로운 삶
5.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

옮긴이 후기

 

 

책속에서

 

“세상에 들어가 활동하려는 자는
우선 세상 밖의 정취를 잘 알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혼탁한 속세의 인연을 벗어날 방법이 없다.
세상 밖으로 나가 세속에 물들지 않으려는 자는
우선 속세의 달콤한 맛에 대해 익숙히 알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적함 속의 씁쓸한 맛을 참지 못한다.” <84쪽>


“원수가 쏘는 활은 피하기 쉬우나
은혜를 베푼 사람이 찌르는 창은 막기 어려우며,
고난 중의 함정은 피하기 쉬우나
즐거운 때의 함정은 벗어나기 어렵다.” <94쪽>


“이미 망친 일을 되살리려는 사람은
낭떠러지에 가까이 간 말을 부리는 것처럼
채찍을 함부로 휘두르지 말아야 하며,
거의 완성을 눈앞에 둔 사람은
여울을 거슬러 배를 끌어올리듯
잠시도 노를 멈추어서는 안 된다.” <122쪽>


“남을 비방하는 것은 좋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비방을 받은 사람은
한 번 비방을 받으면 한 번 더 자신을 성찰하여
나쁜 점을 버리고 좋은 점을 키우게 된다.
남을 속이는 것은 복 받을 일이 아니다.
그러나 속임을 당한 사람은
한 번 속으면 한 번 더 자신의 도량을 키워
화를 바꾸어 복으로 만든다.” <134쪽>


“어망을 치니 기러기가 어망에 걸리고,
사마귀가 먹이를 찾는데 참새가 뒤에서 사마귀를 노린다.
기미 속에 기미가 숨어있고 변고 밖에서 변고가 생기니
사람의 지혜를 어떻게 믿겠는가.” <368쪽>


“일이 급하게 진행되면 밝혀지지 않던 것도
간혹 너그럽게 처리하면 스스로 밝혀지는 경우가 있으므로
조급히 몰아세워 분노를 재촉하지 말아야 한다.
사람을 부릴 때 따르지 않던 자도
내버려 두면 혹 스스로 따르기도 하니,
너무 각박히 대해 완고함을 키우지 말라.” <372쪽>


남의 잘못을 나무랄 때는 너무 엄하게 하지 말고
받아들일 수 있는 한도에서 나무라야 하며,
남에게 선을 가르칠 때는 지나치게 정도를 높이지 말고
따를 수 있는 정도에서 가르쳐야 한다.

남의 잘못을 나무라는 것은 그의 잘못을 지적하여 그치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나 비난의 강도가 지나치게 강하고 엄격하면 도리어 나쁜 감정을 낳기 쉽습니다. 그러므로 남을 나무랄 때는 상대가 감수할 만한 알맞은 수준으로 조절해야 합니다. 남에게 선을 가르칠 때 너무 힘든 것을 요구하여 실천하지 못하면 선을 가르친 효과가 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그 사람의 기량과 재능에 따라 실행할 수 있을 정도로 가르쳐야 합니다. 부처가 대승(大乘)의 사람을 만나면 대승법을 말하고 소승(小乘)의 사람을 만나면 소승법을 말했던 것이나 공자가 “중인(中人. 중간 정도의 사람) 이하의 사람에게 상(上, 높은 수준)을 말하지 않는다”고 한 것이 같은 뜻이었습니다. <216-2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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