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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바이크가 본 카사노바, 스탕달, 톨스토이
지은이 : 슈테판 츠바이크 | 옮긴이 : 나누리
정가 : 13000원
페이지수 : 336쪽
ISBN 89-91071-24-4(03990)
출판일 : 2005-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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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슈테판 츠바이크가 1928년에 발표한 작품으로 불멸의 자서전을 남긴 세 작가, 즉 카사노바, 스탕달, 톨스토이의 불꽃같은 삶을 다룬 평전이다. 이들 세 작가는 각기 다른 시대에 전혀 다른 형태의 삶을 살았지만, 자신의 실존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끊임없이 자아로 회귀함으로써 자기 인생을 문학작품으로 재창조한 인물들이다. 이들을 통해 츠바이크는 자기 자신을 다루는 주관주의적 예술가의 전형을 제시하고, 그 결정적 예술형식인 자서전이란 어떤 것인가를 보여주고 있다. 이 책에서 츠바이크는 최고의 전기작가라는 명성에 걸맞게 독특한 기법과 아름답고 섬세한 묘사로 세 작가의 초상화를 완성해냈다.

 

 

소개글 

 

인간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불멸을 꿈꾼다. 찰나에 불과한 자신의 유한한 삶을 작은 흔적으로나마 무한한 시간 속에 붙들어 두고 싶어 한다. 이를 위해 문학가는 소위 자서전이란 도구를 사용하나, 그 성공률은 극히 낮다. 모름지기 자서전이란 자기의 영혼을 추호의 거짓 없이, 한 치의 보탬이나 뺌 없이 그려내야 하는 것이지만, 수치심을 극복하고 자신의 추함과 편협함과 부족함까지 모두 드러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 그것을 성공적으로 풀어낸 세 사람이 있다. 그들은 명예욕, 허영심, 세속적 욕망을 일체 배제함으로써 자기숭배와 자기변명이라는 오물이 끼지 않은 진정한 자서전의 세계를 우리에게 보여준다.


첫 번째 주인공 카사노바는 평생을 주색잡기에 몰두해 허랑방탕한 삶을 산 인물의 대명사로 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그는 도박꾼, 사기꾼, 스파이 노릇을 해 호화로운 삶을 영위했으며, 여자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는 호색한이었다. 그는 일평생 순간의 쾌락과 감각의 세계만을 추구했으며, 일체의 구속을 거부한 자유인으로 유럽 전역을 누볐다. 그러나 그도 세월의 흐름에서만은 결코 자유로울 수 없었다. 결국 모든 쾌락의 원천이던 젊음과 함께 남성다움을 잃고 파산상태가 된 후 고독과 권태 속에서 미치지 않기 위해, 살아있음을 느끼기 위해 그는 자신의 인생을 회고한다. 그리고 그것은 모든 시대를 통틀어 가장 과감하고 본능에 충실한 모험소설로 남아 카사노바를 불멸의 대열에 끼워 넣었다.

 

두 번째 주인공 스탕달은 놀랍도록 치밀한 심리묘사로 세계문학사에 한 획을 그은 《적과 흑》의 작가로 유명하다. 그의 본명은 앙리 베일. 못나고 우스꽝스런 외모에 소심하기 짝이 없던 그는 가명을 써서 자신을 가장하고 거짓말을 해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데서 위안과 기쁨을 얻었다. 지금껏 스탕달만큼 거짓말을 잘하고 열정적으로 세상을 현혹한 작가는 없다. 그러나 그는 가면 뒤에 몸을 숨김으로써 오히려 가장 완벽하게 진실을 말할 수 있었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은 채 자기 영혼의 가장 미세한 움직임까지도 낱낱이 고백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고백은 세 권의 자전적 소설로 남았다. 스탕달은 그 자신이 과도한 감수성을 가졌음에도 감상적 낭만주의가 지배하던 당시 사회를 냉소한 리얼리스트였고, 집단적 영웅주의를 혐오한 개인주의자였다. 이런 면모 때문에 그는 동시대인들로부터 아웃사이더로 취급받았지만, 오늘날에는 당시 이름을 날리던 그 어떤 작가보다도 더욱 사랑받는 작가가 되었다.


세 번째 주인공 톨스토이는 생전부터 이미 자신과 인류의 영혼을 탐구한 작가, 위대한 사상가이자 교육자, 행동하는 실천가로 추앙받던 인물이지만, 사실은 자기완성을 향한 고행 속에서 끊임없이 갈등과 혼란, 불안에 시달린 지극히 나약한 인간이었다. 가족과 신분의 굴레는 돈, 집, 명성이라는 세속적 욕망에서 벗어나 오직 양심에 따라 도덕적으로 살고자 하는 그의 의지를 번번이 좌절시켰다. 때문에 그는 ‘말과 행동이 다른 위인’으로 민중과 자아로부터 동시에 채찍질 당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과의 끊임없는 싸움을 통해 고통과 위기를 창조의 계기로 승화시켰고, 마침내 인생의 황혼녘에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남으로써 자신의 이상과 실제 삶을 일치시켰다. 그리고 그의 인생을 고스란히 담은 작품들은 그와 동시대인들은 물론 후세에게도 계속해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저자 츠바이크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에 영향을 받아 인간의 내면세계를 탐구하는 글쓰기를 했다. 주인공들의 내면세계와 심리를 깊고 생동감 있게 표현하는 그의 솜씨는 이 책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때문에 독자들은 마치 자신이 주인공이 된 듯 카사노바, 스탕달, 톨스토이의 드라마틱한 삶과 열정 속으로 빠져들 것이다.

 

 

 

지은이

 

슈테판 츠바이크 1881년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에서 유태인의 아들로 태어나 20세에 첫 시집 《은빛 현(Silberne Saiten)》으로 문단에 데뷔했다. 시, 소설, 희곡, 평론, 전기, 번역 등 다양한 분야에서 불후의 작품들을 많이 남겼으며, 특히 소설과 전기에서 탁월한 재능을 발휘했다. 1914년 1차대전의 발발로 유럽 전역이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자 츠바이크는 여러 나라를 전전했다. 그는 독일에서 나치가 정권을 잡은 후부터 유럽과 멀어졌으며, 1938년 오스트리아가 독일에 병합되자 영국으로 망명했다. 그 뒤에도 이곳저곳을 떠돌던 그는 마침내 정착한 브라질에서 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다가 아내와 동반자살을 함으로써 파란 많은 생을 마감했다. 츠바이크는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에 빈의 학계와 문화계를 지배한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에 영향을 받으면서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펼쳐갔다. 특이하고 병적인 것, 광적인 것을 중심으로 인간의 내면에 초점을 맞춰 사랑과 열정을 그린 것이 츠바이크 작품의 특징이다. 이런 특징을 잘 보여주는 작품으로는 《감정의 혼란》 《모르는 여인의 편지》 《환상의 밤》을 비롯해 국내에도 잘 알려진 중편, 단편 소설들이 있다. 이 밖에도 《광기와 우연의 역사》 《마리 앙투아네트》 《어제의 세계》 등 다수의 그의 저서들이 국내에 소개돼 있다.

 

 

옮긴이 

 

나누리: 독일어로 쓰인 좋은 책을 우리말로 옮기는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번역가들의 모임이다. 숙명여자대학교 대학원에서 독어독문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강사로 재직 중인 강명구, 엄양선, 윤명숙 등으로 구성돼 있다. 나누리가 옮긴 책으로는 《아이들이 묻고 노벨상 수상자들이 답한다》(달리), 《너는 내 친구야》(달리), 《네 안의 적을 길들여라》(이레), 《미래의 권력》(갑인공방), 《아름다움의 제국》(참솔) 등이 있다.

 

 

 

차례

 

머리말

 

1장 카사노바
2장 스탕달
3장 톨스토이
 

옮긴이 후기

 


 

책속에서

 

기술적으로 점차 진보해 가는 이 세상에서 머지않아 예술은 몰락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끊임없이 듣고 있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될지도 모를 한마디를 하자면, 예술은 결코 끝나지 않는다. 예술은 다만 방향을 바꿀 뿐이다. 인류의 신비스런 조형능력이 쇠퇴해 갈 것은 분명하다. 상상력은 아이들의 세계에서 언제나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며, 어느 민족이나 초창기에만 신화와 상징을 만들어 낸다. 하지만 상상력은 사라져 가고, 그 자리에 학문의 명쾌하고 기록적인 힘이 들어선다. 오늘날 확고하게 자리 잡은 소설에서 우리는 그러한 창조적 객관화를 볼 수 있다. 소설은 이제 자유롭고 무모하게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대신 정확한 심리학이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문학과 학문이 이렇게 결속한다고 해서 예술이 압도당하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형제애로 묶여 있었던 태고의 관계가 새로워진 것일 뿐이다. (18~19쪽) 


카사노바는 세계문학 사상 특별한 사례로, 둘도 없는 행운아였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이 소문난 거짓말쟁이가 창조적 정신들의 신전에 끼어든 것이 본디오 빌라도가 사도신경에 끼어든 것과 똑같이 얼토당토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 단언하건대 카사노바는 불멸성이라는 명예와 영광을 아무런 대가도 치르지 않고 얻어냈다. (…) 그는 일생 동안 명성을 얻기 위한 일에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그러나 명성은 이 행운아의 손에 저절로 흘러들었다. (…) 가는 곳마다 문전박대를 당하고, 여인들의 웃음거리가 되고, 무일푼으로 무기력해지고, 고독하고 볼품없고 퉁명스런 늙은이가 됐을 때에야 그는 글을 쓰는 일에 손을 댔다. 단지 심심하고 지루해서였다. 이빨 빠진 늙은 개가 성을 내며 으르렁거리듯 소리를 지르며 죽음을 향해 가는 일흔 살의 카사노바는 스스로에게 자신의 인생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25~27쪽) 

 


카사노바는 학문, 예술, 외교, 사업 등 어느 분야에서나 놀라운 수준에 도달할 수 있었지만 그 재능의 발휘를 의식적으로 한순간에 국한시켰다. 그는 무엇이든 다 될 수 있었지만 그 어떤 것도 되기를 원하지 않았다. 그가 선택한 것은 아무것도 되지 않는 것, 즉 자유였다. (…) “어딘가에 뿌리를 내린다는 것은 언제나 내게 거부감을 일으켰다. 분별 있는 처신은 내 천성과 어긋나는 것이었다.” 무엇 때문에 자신을 어느 하나에 옭아매는가! 그는 아무것도 가지거나 간직하려 하지 않았고, 그 어느 것에 대해서도 가치를 인정하거나 그것을 소유하려 하지 않았다. 강렬한 열정이 그에게 단 하나의 인생이 아닌 수백 개의 인생을 살기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48~49쪽) 

 


앙리 베일은 종이를 꺼내어 이 우울한 달에 접어든 후 벌써 네 번째로 유서를 썼다. “… 로맹 콜롱에게 누를 끼치게 된 데 대해 용서를 빌며, 이 불가피한 사건을 놓고 부디 슬퍼하지 말기를 간청하는 바이다.” “이 불가피한 사건을 놓고”라는 조심스런 문구가 무슨 뜻인지를 내일이면 친구들이 이해하게 되리라. 소식을 듣고 달려와서는 총알이 권총 속에 들어 있지 않고 내 두개골에 박혀있는 걸 보게 될 테니까. 하지만 다행히 이날 앙리 베일은 무척 피곤했다. 그는 자살을 하루 더 연기했다. 다음날 아침 친구들이 찾아와 그를 유쾌하게 만들어주었다. 한 친구가 방 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책상 위에서 ‘줄리앙’이라는 제목이 쓰인 하얀 종이를 발견했다. 그는 이게 뭐냐고 물었고, 스탕달은 소설을 쓰려고 했다고 대답했다. 친구들은 우수에 젖은 이 친구의 용기를 열심히 북돋아주었고, 그는 실제로 그 작품을 쓰기 시작했다. 그는 ‘줄리앙’이라는 제목을 지우고 ‘적과 흑’으로 바꿔 썼다. 그날 이후 앙리 베일은 죽고 다른 이름이 영원불멸의 삶을 시작한다. 그 이름은 스탕달이다. (140~141쪽) 

 


나는 가족들과 있으면 슬픈 기분이 든다. 그들과 감정을 공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들이 기뻐하는 모든 것, 학교의 시험, 세상사의 성공, 물건 사들이는 것, 이 모든 것이 내게는 그들의 불행으로, 재앙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그런 말을 해서는 안 된다. 물론 그런 말을 할 수도 있고, 해보기도 하겠지만 아무도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 톨스토이의 일기 (303쪽) 

 


그는 이제 아내를 알아보지 못했다. 누구보다 명철한 인간인 톨스토이에게 살아있는 모든 사물이 점점 더 낯설어졌고, 혈관을 흐르는 피는 갈수록 어두운 색으로 응고되어 갔다. 11월 4일 밤에 그는 다시 한 번 기운을 차리고 일어나 신음소리를 내뱉으며 말한다. “그런데 농부들, 농부들은 어떻게 죽는가?” 끈질긴 삶이 끈질긴 죽음에 여전히 저항한다. 11월 7일이 되어서야 이 불멸의 남자에게 죽음이 찾아온다. 그는 백발의 머리를 베개에 떨어뜨린다. 어느 누구보다도 통찰력 있게 세계를 보았던 두 눈은 빛을 잃고 희미해진다. 조급한 구도자였던 그는 이제야 비로소 삶의 모든 의미를 깨닫는다. (329쪽) 

 


이 책에서 츠바이크는 겉보기에는 별다른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카사노바, 스탕달, 톨스토이라는 세 작가를 하나의 끈으로 연결한다. 그의 관점에서 세 사람은 인간이 유한한 삶을 살면서 각자 자기 자신으로 회귀하는 노정 또는 자기 자신에 대한 관찰과 표현의 세 단계를 대표한다. 여기서 세 단계란 ‘원초적이고 소박한 자기보고의 단계’, ‘심리적 자기관찰의 단계’, ‘도덕적 자기재판의 단계’이며, 각각의 단계를 순서대로 카사노바, 스탕달, 톨스토이가 대표한다는 게 츠바이크의 관점이다. (3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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