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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평의 몽유도원
지은이 : 표윤명
정가 : 11000원
페이지수 : 292쪽
ISBN 978-89-97751-44-0
출판일 : 2015-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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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1453년 수양대군이 일으킨 계유정난을 안평대군에 초점을 맞춰 재구성한 역사소설이다. 계유정난으로 훗날 왕위에 오를 발판을 확보한 수양대군의 승리는 곧 그의 정치적 경쟁자 안평대군의 패배였다. 주로 승리자의 관점에서 다뤄져온 계유정난을 패배자의 관점에서 다시 생각해볼 기회를 주는 작품이다.

 

 

소개글 

 

세종대왕의 첫째 아들(적장자)로서 조선의 5대 임금이 된 문종은 즉위 후 2년 3개월 만인 1452년에 39세의 젊은 나이로 승하했다. 이에 따라 그의 열두 살짜리 어린 외아들(단종)이 왕위를 이어받은 것이 결국은 계유정난의 씨앗이 됐다. 왕권이 유약해지자 왕의 두 숙부, 즉 세종대왕의 둘째 아들인 수양대군과 셋째 아들인 안평대군이 권력다툼에 나서게 된 것이다.

그런데 수양대군과 안평대군은 서로 기질이 많이 달랐다. 수양대군은 권력지향적인 야심가의 기질을 타고난 반면에 양평대군은 시문서화에 능한 문인·예술가의 기질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고 전해진다. 이런 점에서 권력욕이 더 강한 수양대군이 안평대군의 세력을 제거하고 왕위에 오른 것이 당연한 결과였는지도 모른다.

수양대군이나 그의 책사 한명회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은 그동안 많이 나왔다. 수양대군의 집권 과정은 소설뿐만 아니라 텔레비전 역사 드라마나 영화로도 많이 작품화됐다. 그러나 안평대군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그 시대의 역사를 다룬 작품들에 조연급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는 수양대군을 부각시키기 위해 안평대군에게 악역이 주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 작품은 안평대군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이다. 역사소설이지만 안평대군의 희생에 무슨 대단한 역사적 의미를 부여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가 왕이 될 만한 능력과 인품을 갖추었음에도 권력다툼에서 패배하고 수양대군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 과정을 극화하여 보여줄 뿐이다.

책 제목에서 ‘몽유도원’은 ‘꿈속에서 무릉도원을 거닐다’라는 뜻이다. 안평대군이 높이 평가하며 아낀 당대의 궁중화가 안견이 그린 그림의 화제 <몽유도원도(夢遊桃源圖)>에서 따온 것이다. 안평대군이 꾼 꿈을 이야기해주고 그대로 그리게 하여 안견이 사흘 만에 그려냈다고 한다. ‘몽유도원’으로 상징된 안평대군의 꿈에 대한 해석은 독자의 몫이다.

  

   

 

지은이

 

표윤명_제7회 심훈문학상을 수상했다. 《위작(僞作》, 《추사 이야기》, 《묵장(墨莊)》, 《아틀란티스》, 《페르시아》, 《갈마지 워쩌!》 등 여러 편의 장편소설을 발표했고, <충남도정신문>에 장편소설 《미소》를 연재하고 있다. 추사 스토리텔링 개발에 참여했고, ‘길 위의 인문학’ 프로그램의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호는 청효(靑曉).

  

   

 

 

차례

 

1. 도원의 꿈
2. 무계정사
3. 명례궁
4. 백척간두
5. 계유정난
6. 시좌소에 피는 피꽃
7. 습격
8. 도원으로 가다

 


 

책 속에서

 

마침내 그림이 완성되었다. 세로로 한 자, 가로로 석자의 몽도원도(夢桃園圖)가 완성된 것이었다. 1447년 4월 23일의 일이었다.
“그림 속에 사람이 없는 것은 대군께서 가야 할 길을 전하기 위해서입니다. 달리 보지 마십시오.”
안견의 속 깊은 말에 안평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찌 모르겠는가? 자네의 깊은 뜻을.”
안평은 더 이상 말이 없었다. 안견의 몽도원도를 무연히 바라볼 뿐이었다. (29쪽)


한명회는 우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비파가 은근한 미소를 지었다.
“여긴 안심하십시오. 쥐도 새도 모릅니다. 미천한 무당의 집에 누가 엿듣는 사람이 있다고 그러십니까?”
비파의 말에 그제야 한명회는 한 차례 헛기침을 해대고는 입을 열었다.
“혹시 대군께서 부르시면 천명(天命)을 이야기하거라!”
한명회의 말에 비파는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
“대군이시라면 안평대군을 말씀하시는지요?”
비파의 물음에 한명회는 눈살을 찌푸렸다.
“네 눈에는 안평대군이 천하를 거머쥘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느냐?”
한명회의 물음에 비파는 눈살을 찌푸린 채 고개를 살살 흔들어댔다. (93쪽)


“그대들은 모릅니다. 이 자리를 바라보는 숙부의 눈빛이 어떠한 것인지를 말입니다. 그러나 제 눈에는 보입니다. 칼을 품은 그 눈빛이.”
어린 임금은 말끝을 다 맺지 못하고 그만 흐느껴 울었다. 황보인과 김종서는 안절부절못했다. 어린 임금이 작정하고 내뱉는 말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랐던 것이다.
“안평 숙부에게 칼을 겨눈다는 소리도 들었습니다. 그 다음은 그 칼끝을 제게로 돌리겠지요. 이 어린 조카에게로 말입니다.”
눈물로 얼룩진 어린 임금의 얼굴은 그야말로 비극 그 자체였다. (151~2쪽)


계유년 시월 십일, 세상은 서서히 어둠 속으로 묻혀 들어갔다. 바람도 스산하게 불어대고 있었다.
“대감, 하늘이 내리신 기회를 놓치지 마십시오.”
윤씨 부인의 눈이 당차게 수양을 올려다보았다. 두 손은 수양의 갑옷 끈에 가 있었다.
“이미 정해진 일이오. 오늘 밤만 지나면 세상은 바뀌어 있을 것이오.”
수양의 두 눈은 화톳불처럼 타오르고 있었다. 입술은 태산을 머금은 듯했다.
“가십시오. 이제 가서 호랑이 사냥을 하십시오.”
윤씨 부인은 갑옷을 어루만지며 수양을 보냈다.
“다녀오리다.”
수양은 무겁게 한마디 내뱉고는 명례궁 안뜰로 내려섰다. (159~60쪽)


“저들이 먼저 움직일 줄은 몰랐다. 실수로다. 실수로다!”
안평은 거듭 탄식을 흘려댔다.
“대군, 이제 일은 벌어졌고 방법은 한 가지밖에 없습니다.”
이현로의 말에 안평이 귀를 세웠다.
“무엇인가, 그것이?”
“우상 대감을 찾아가 관찰사들을 설득하는 것입니다. 충청도 관찰사 안완경이야 소식을 전하기만 하면 득달같이 달려올 것이고, 전라도나 경상도도 대군의 소식과 함께 우상이 설득한다면 협조할 것입니다.”
이현로는 마른 침을 삼키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지방군이 오기를 기다려 정면승부를 걸어보자는 것입니다.”
그러나 안평은 달랐다. 군막을 서성이는 것이 스스로 조급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우리 군사들을 이끌고 도성 안으로 잠입하는 것은 어떤가?” (223쪽)


안평은 검을 들어 등적을 찌르려 다가섰다. 그 순간 무홍이 몸을 돌리며 검을 든 안평의 팔을 내리쳤다. 다시 한 번 맑은 쇳소리가 대청마루를 울리고 이번에는 안평이 쓰러졌다. 쓰러진 안평의 소맷자락으로 피꽃이 화 하니 피어올랐다.
“네 놈이.”
안평은 말을 다 잇지 못했다. 무홍의 입가로 미소가 어렸다.
“이제 아셨습니까? 이 몸이 내금위 소속 설검이었다는 것을 아셨으면 한 번쯤 의심을 하셨어야지요. 그런 허술함 때문에 대군은 아니 되시는 겁니다.”
정중하다 못해 비아냥거리는 무홍의 말에 안평이 이를 갈았다. (263쪽)


교동도의 날씨가 갑자기 싸늘해졌다. 바닷바람이 때 아니게 차가워졌다.
“어명이오, 죄인 안평은 나와 어명을 받들도록 하라!”
의금부 진무 이순백의 외침에 안평은 밖으로 나섰다. 쪽빛 바다가 마당까지 밀려 들어와 있었다. 안평은 하늘을 한번 올려다보고는 가까이 다가선 바다를 무심한 얼굴로 내다보았다. 마당에는 사약이 준비되어 있었다. (2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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