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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보다 약한
지은이 : 샬럿 메리 브레임 | 옮긴이 : 이윤섭
정가 : 17000원
페이지수 : 472쪽
ISBN 979-11-6295-021-0
출판일 : 2019-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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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1878년에 런던에서 발표된 영국 소설 《Weaker than a Woman》의 첫 한국어 번역이다. 이 작품은 일본에서 《금색야차》라는 소설로 번안됐고, 《금색야차》는 다시 한국에서 《장한몽》이라는 소설로 번안되어 대중적인 인기를 모은 데 이어 <장한몽>, <이수일과 심순애> 등의 제목으로 여러 차례 연극화되고 영화화됐다.

 

 

소개글

 

이수일이 심순애에게 내뱉는 “김중배의 다이아몬드가 그렇게 좋더란 말이냐”는 대사로 유명한 우리나라의 신파 연극 <장한몽>은 일본의 인기소설 《금색야차》를 저본으로 한 조중환의 번안소설 《장한몽》을 연극으로 각색한 것이었다. 그런데 《금색야차》도 순전한 창작이 아니라 일종의 번안소설이었고, 그 저본이 바로 영국 소설인 이 작품 《여자보다 약한(Weaker than a Woman)》이다. 이 땅의 수많은 선남선녀를 울린 ‘이수일과 심순애의 비련’은 결국 이중의 번안을 거쳐 한국적인 이야기로 변모한 것이다.

 
이 소설의 줄거리는 “허영심에 사로잡혀 돈과 사랑 가운데 돈을 선택한 여자는 결과적으로 불행해졌고, 그 여자에게 버림받았지만 진실한 삶과 사랑을 추구한 남자는 결과적으로 행복해졌다”는 한마디로 요약될 수 있다. 이렇게만 보면 이 소설은 뻔한 도덕적 교훈이나 주려고 하는 옛날식 연애소설 정도로 여겨질지 모른다. 그러나 그런 줄거리의 이 소설이 영국과 미국에서 대단한 인기를 누렸을 뿐 아니라 일본과 한국에서 번안되어 여러 차례 연극과 영화로도 만들어졌음을 고려하면 그 이상의 무엇인가가 이 소설에 들어 있는 것이 틀림없다.

 
우선 젊은 남녀의 연애 심리에 대한 지은이의 섬세한 묘사가 돋보인다. 지은이는 이타적 애정과 이기적 애정, 연민과 질투, 격정과 포용 등 남녀간 사랑의 다양한 면모와 형태에 대한 묘사에 뛰어나다는 평을 들었다. 이 작품도 그런 지은이의 장점이 발휘되어 독자들의 심금을 울려온 것 같다. 그러나 그보다는 자본주의 세태와 배금주의 가치관이 남녀간의 사랑에 끼어들기 시작한 시대를 배경으로 황금과 사랑이 얽히거나 충돌하면서 빚어내는 남녀간 관계의 희비극을 보여준다는 점이 독자들에게 더 강렬한 매력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작품은 자본주의가 전통적인 농촌 마을에까지 파고들던 19세기 후반의 영국에서 발표됐고, 그 번안은 일본에서는 19세기 말, 한국에서는 1910년대에 각각 이루어졌다. 나라별로 그 시기는 자본주의의 확산으로 전통적인 사회가 허물어지고 있었지만 폭넓게 공유되는 새로운 가치관은 확립되기 전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 틈을 비집고 자본주의적 물신숭배가 남녀간 관계에 끼어들어 ‘사랑에 속고 돈에 우는’ 비극을 양산했다. 그러니 그 시기의 대중이 “김중배의 다이아몬드가 그렇게 좋더란 말이냐”며 황금을 좇는 심순애를 걷어찬 이수일에게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로부터 백년도 넘은 지금의 한국 사회는 어떨까? 그때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는 않을 것 같다.

 

   

 

 

지은이

  

샬럿 메리 브레임(charlotte Mary Brame): 1836년에 영국 중부에 있는 레스터셔 주의 힝클리 시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문학에 관심이 많았고, 주위 사람들로부터 문학적 재능을 인정받았다.
브리스틀과 프레스턴의 수녀원 부설 기숙학교에서 공부했고,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미혼여성을 위한 예절학교에서 교양교육을 받았다. 스물세 살 때인 1859년에 아버지가 세상을 떠남에 따라 샬럿은 힝클리로 돌아가 가정교사로 일하며 어머니와 동생들을 보살폈다.
스물일곱 살 때인 1863년에 세 살 연하인 필립 에드워드 브레임과 결혼하고 런던으로 이주했다. 남편 필립은 보석도매 사업을 벌였지만, 술꾼인데다 사업수완이 없어 1866년 봄에 파산했다. 남편이 가장 역할을 못 하게 되자 샬럿은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글을 써서 돈을 벌어야 했다.
샬럿은 놀라울 정도로 많은 글을 썼다.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뒤로 사망하기까지 20년도 안 되는 기간에 발표한 소설이 단편, 중편, 장편을 합쳐 200편 이상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 대부분은 당시에 ‘스토리 페이퍼’로 불린 문예주간지에 연재됐다. 샬럿은 작품에서 남녀간의 애정, 질투, 의심과 결혼의 희비극을 주로 다뤘고 명예의식, 의무감, 자기희생을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내세웠다.
샬럿은 작품을 팔아 꽤 많은 돈을 벌기도 했지만 정신질환을 가진 남편의 무절제한 생활과 그를 위한 의료비 지출로 인해 생활이 그리 넉넉하지 않았다. 런던을 떠나 맨체스터와 브라이턴에서 살다가 고향인 힝클리로 돌아가 1884년에 심장병으로 4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샬럿은 본명 외에 도라 손(Dora Thorne), 버사 엠 클레이(Bertha M. Clay), 캐롤라인 엠 바턴(Caroline M. Barton) 등 여러 가지 가명으로도 작품을 발표했다. 작품으로는 이 책 외에 《도라 손》, 《이름만 아내》, 《고집 센 아가씨의 러브 스토리》, 《정열의 꽃》, 《부자연스러운 속박》, 《아널드의 약속》, 《집시의 딸》, 《그녀의 두 번째 사랑》 등이 있다.

 

 

 

옮긴이

 

이윤섭: 1965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졸업 후 국제관계사 속에서 한국사를 바라보는 작업을 해왔다. 저서로 《다시 읽는 삼국사》, 《역동적 고려사》, 《세계 속 한국 근대사》, 《객관적 20세기 전반기사》, 《박정희 정권의 역사》, 《여말선초》, 《왕망-명분과 속임수 사이》, 《일본 100년》, 《커피, 설탕, 차의 세계사》, 《6월 항쟁과 87년 체제의 성립》 등이 있고, 번역서로 《베이루트에서 예루살렘까지》, 《세계는 평평하다》, 《대중의 미망과 광기》 등이 있다.

 

 

 

  

차례

 

1장_ 유산
2장_ 구애
3장_ 완전히 약속한 건 아니에요
4장_ 마음이 굳센 여인
5장_ 친구가 필요하게 될 거예요
6장_ 불길한 전조
7장_ 그 돈을 돌려줘요
8장_ 당신은 천사요
9장_ 오언 셰브닉스 경
10장_ 참으로 끔찍한 사내로군
11장_ 나는 당신 거예요, 펠릭스
12장_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
13장_ 집까지 마차로 데려다주다
14장_ 무도회용 드레스
15장_ 사랑이 가장 좋은 것이었다
16장_ 은밀한 청혼
17장_ 여전히 충실한
18장_ 또 다른 유혹
19장_ 바이얼릿의 결정
20장_ 파혼을 알리는 편지
21장_ 시간 끌기
22장_ 내가 상냥하지 않은가요
23장_ 본질 대신 그림자를
24장_ 세상은 전쟁터
25장_ 오늘 왜 흥겨운 곡조로 종을 칩니까
26장_ 백작의 약속
27장_ 진정한 귀족
28장_ 론스데일네 얘기만 들리는구나
29장_ 오언 경의 태도
30장_ 다시 얼굴을 마주하고
31장_ 만찬장에서의 만남
32장_ 론스데일 부자의 결정
33장_ 차라리 죽는 게 좋겠어요
34장_ 5년간의 변화
35장_ 아내를 모욕하는 오언 경
36장_ 나는 고통 받아 마땅해요
37장_ 로슨 소령
38장_ 펠릭스의 시 낭송
39장_ 오언 경의 구타
40장_ 공포와 불안
41장_ 나는 여자보다 약해요
42장_ 연소득 3만 파운드
43장_ 생각하는 것이 뭐예요
44장_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45장_ 속셈을 감추는 헤이 부인
46장_ 사랑의 시험
47장_ 조용한 결혼식
48장_ 쓸쓸한 화려함

 

부록
샬럿 메리 브레임과 《여자보다 약한》
《금색야차》와 《장한몽》

 

 


 

 

책속에서

 

“남자가 저지를 수 있는 최악의 짓은 얼굴이 예쁜 여자와 결혼하는 거야. 예쁜 여자애들은 착각을 잘해. 예쁘면 다 되는 줄 알아. 펠릭스 론스데일은 어리석은 짓을 했어. 바이얼릿 헤이는 절대로 좋은 아내가 되지 못할 거야.”
“바이얼릿은 젊어요. 그리고 그를 끔찍이 사랑해요.” 이블린은 나름의 의견을 말했다.
“젊음과 사랑, 현명한 남자라면 그런 것에 기초하여 집을 지을까? 잘 들어봐, 이블린, 이건 실수하는 거야.”(47쪽)

 
 
“참으로 멋진 다이아몬드야!” 하고 바이얼릿은 외쳤다.
‘참으로 끔찍한 사내로군!’ 하고 펠릭스는 생각했다.
바이얼릿은 보석에 반했고, 펠릭스는 그의 어색한 걸음걸이와 보기 흉한 마차가 신경에 거슬렸다. 그는 바이얼릿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내 사랑, 왜 저 끔찍한 사람과 춤추겠다고 약속했어?”
“끔찍하다니요!” 바이얼릿은 소리 높여 말했다. “그가 얼마나 부유한지, 얼마나 거물인지 알아요, 펠릭스?” (90쪽)

 

 

바이얼릿의 앞에 사랑과 부가 놓였는데, 그녀는 천천히 사랑을 포기하고 부를 선택했다. 그녀는 자신을 합리화하려고 애쓰지 않았다.
‘그 다이아몬드들은 내가 당해낼 수 없는 것이었어. 내 천성이 고상하지 않더라도 어쩔 수 없는 일이야.’
그러나 그녀가 숲을 떠나 목초지를 가로질러 집으로 걸어갈 때 햇살에서 무언가가 빠져나갔고,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에서도 무언가가 빠져나갔다. (174쪽)

 

 

무도회가 진행되면서 바이얼릿의 기분은 고양됐다. 모든 남자가 자신을 찬탄하는 것을 보는 것, 모든 남자가 자신의 미소를 끌어내려고 애쓰는 것을 보는 것, 모든 남자가 자신을 둘러싸는 것을 보는 것, 모든 남자가 자신에게 도움을 주려고 안달하는 것을 보는 것, 상쾌한 하늬바람에 나뭇잎이 흔들리듯 자신의 미소와 경쾌한 말에 모든 남자가 흔들리는 것을 보는 것은 대단한 일이었다. 그것은 바이얼릿의 승리였다. (325쪽)

 

 

“후회한다고, 바이얼릿? 정말로, 진심으로 후회한다고?”
“그래요, 정말로요, 펠릭스.” 바이얼릿은 그의 손을 꼭 잡았다. “후회해요, 소중한 나의 사람. 내 인생은 온통 후회할 것뿐이에요.”
“거짓 없이 대답해 줘. 그때가 다시 오면 또 그때처럼 행동할 거요?”
부드러운 눈빛이 잠시 흔들리더니 바이얼릿이 고개를 숙였다.
“뭐라고 말할 수 없어요. 그때는 다시 올 수 없어요. 이건 이상한 질문이에요. 내 질문에 대답해 줘요. 거짓 없이. 펠릭스, 나를 사랑해요?” (440쪽)

 
 
“나는 언제나 여자보다 약했어요.” 바이얼릿은 도도하고 슬픈 미소를 지으며 단언했다. “나는 보물을 내던져 잃어 버렸어요. 나는 내 멋대로 꿈꾼 모든 것을 얻었어요. 나는 머리 위에 보석이 박힌 화관을 쓰고 있어요. 세상은 내 발밑에 엎드려 있어요. 나는 지금 이 모든 것을 가지고 있지만 가끔 아침에 깨어나 보면 베개가 눈물로 젖어 있어요. 마음이 외롭기 때문이에요. 나는 죽을 때까지 외로울 거예요. 그래도 그것은 내가 한 선택이니 어쩔 수 없어요.” (46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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